03. Cross Over

  그 소리가 웹에 올려 있던 건 극히 짧은 시간이었다.

  며칠 동안 머릿속은 온통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소닉 노블이란 장르의 소설을 써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앞뒤도 재지 않고 수락한 게 잘못이었다. 소리와 글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소설은 쉽게 써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소리와 글은 좀처럼 섞이지 못한 채 겉돌았다. 실패한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내가 맡기엔 처음부터 무리인 작업이었다. 일 년째 내 뒤를 따라다니는 별명은 소설 못 쓰는 소설가였다. 좁다란 여관방에는 선풍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고 있다.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 무덤이 내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보였다. 이제 재떨이에 나도 같이 머리를 처박는 일만 남았다.

  *

  010-9070-XXXX 00:05:14
  Name: help_you, Date: 2010-07-27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낯선 소리가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떤 여자의 울음이었다. 이따금 스쳐 가는 자동차 소리와 맹인을 위한 신호등 소리가 섞여 있는 것을 보아 그녀는 거리에서 울고 있는 듯 했다. 난 스피커의 음량을 최대로 올려놓고 무릎을 감싸 안은 채로 그녀의 울음을 온 몸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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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내게, 아니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것은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울음에 섞여 온전히 나오지 못했다. 오 분은 느리고 길게 지나갔다. 재생이 끝난 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로 젖어 있음을 실감했다. 길에서 홀로 울고 있는 낯선 여자의 얼굴을 상상했다. 그녀가 왜 울었을까를 생각했고, 그녀에 대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이야기였다.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음원이 삭제되어 있었다.

  *

  처음 느낀 감정은 당혹감이었고, 당혹감은 이내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난 음원의 제목이 휴대전화 번호를 의미할 것으로 생각하고 길게 고민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 음만 길게 이어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건 대여섯 번 정도 더 시도했을 때였다.  
  “저, 저기 죄송한데요.”
  “몇 번 전화를 걸어서 안 받으면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되지, 씨발. 왜 자꾸 전화 걸고 지랄이야.”
  목이 잔뜩 쉰 여자가 몰아치듯 말했다.
  “너 도대체 뭐하는 새끼야? 스토커야? 전화 걸었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개새끼야.”
  “아, 그게 아니고 혹시 음원…….”
  “음원 뭐 어쩌라고 씨발.”
  “혹시 어제 그- 우는소리 올리지 않으셨나요?”
  “그, 그런데 뭘? 어제 잠깐 올리긴 했었는데…….”
  난 그녀에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당신이 어제 올렸던 음원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설명을 듣는 내내 심드렁하더니 당신의 음원이 아니면 소설을 못 쓸 거 같다는 대목에서는 콧방귀 비슷한 소리를 내었다.
  “혹시 음원을 다시 올려주실 수 있나요?”
  “댁한테 미안한 얘기지만 벌써 지웠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저기 미안한데, 한 번만…… 더 울어주면 안 돼요?”
  “아, 어렵지 않죠. 잠깐만 기다려요. 잠시만 기다려주면 감정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정말로.”
  난 허공을 향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잠깐의 공백이 흐르고,
  “엉엉엉엉, 됐냐? 이 미친놈아, 꺼져!”
  글자 그대로의 ‘엉엉’이었다. 또 당했다는 생각에 휴대전화을 든 채로 가만히 있었다.

  매일 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욕을 쏟아냈다. 나는 그녀가 하루치 욕을 다 게워낼 때까지 가만히 휴대전화를 들고 기다렸다. 그녀가 지쳐서 숨을 고를 때, 혹시 다시 울어주면 안 되나요? 라고 물었다. 그녀는 기분 나쁘다는 듯 욕을 몇 마디 더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이따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욕이 뒤 섞여 있기도 했다. 그녀가 그 동안 가슴 속에 가득 쌓아뒀던 것들을 게워낸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토해내기까지 일주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당신 참 질기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난 수긍하는 의미로 웃었다.
  “오늘은 욕을 안 하네요.”
  “왜 또 욕해줄까?”
  “아니에요. 그럴 리가.”
  “욕먹을 거 알면서 왜 자꾸 전화 거는 거야? 차라리 그 시간에 소설 쓰는 게 더 낫잖아. 아- 혹시 변태인 건가?”
  “생각처럼 쉽게 써지는 게 아니어서…….”
  “그냥 소리하고 대충 섞어서 쓰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참…….

  * 왜 소설을 쓰지 못하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대한 나의 소설


  이를테면 말이죠. 굉장한 실력을 갖춘 킬러가 있어요.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전문 킬러 지망생이지만 편의상 킬러라고 하죠. 그의 스승은 킬리자베스였어요. 양지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모르지만, 어둠의 세계에선 꽤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의뢰하고 계약금을 송금하는 순간 이미 의뢰는 완료되어 있다고 해서 그의 별명은 ‘송금’이었어요. 은둔술, 사격, 암기, 독, 심지어는 마법까지 정통했지. 우리가 말하려고 하는 킬러는 그 스승이 가장 아끼는 제자였어요. 모든 면에서 스승보다 앞섰어. 킬리자베스는 그의 성장을 두려워했고 급기야 그가 자신을 암살할 거란 강박증에 휩싸였어요. 실제로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말이죠. 결국, 스승은 킬러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알려주지 않고 어딘가로 잠적해버렸어요. 그가 처음 받은 임무는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어느 대기업 회장을 암살하라는 거였죠. 단, 특별한 조건이 하나 붙었는데 그의 시체를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게끔 처리하라는 거였어. 그는 별 고민 없이 오케이, 승낙했어. 그를 죽일 방법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봤어. 초보 킬러들은 그냥 저격해서 해서 머리통을 날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굉장히 멍청한 짓이야. 저격이 편한 건 누구도 부정할 순 없을 테니. 조준선에 암살 대상의 머리를 올려두고 손가락을 까닥하면 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대상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세상과 작별하니까. 하지만, 딱 그 순간만 편하지 앞과 뒤는 전혀 편하지 않아. 왠지 알아? 저격용 총은 유난히 무겁거든. 들고 다니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어. 그는 결국 파이어볼(Fire ball)로 죽이기로 했어. 파이어볼이 뭐냐고? 주문을 외우면 오른손 위에 지름 10cm 정도의 화염 구가 생기고 그걸 날리는 마법이야. 주문을 외울 때 머리가 살짝 아픈 게 흠이지만 그것만큼 편한 방법도 없어. 마법이 말이 되냐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아무튼, 그는 무사히 암살에 성공했어. 남은 건 누구도 모르게 매장하는 것만 남았지. 그는 회장이 진두지휘하던 재건축 아파트 철거 현장에 묻기로 했어. 회장 자신이 생전에 그토록 외치던 ‘성장의 발판’이 되게끔. 그건 그의 마지막 배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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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굴착기를 움직여서 묻어버리면 모든 게 끝나는 거였어. 그런데 그는 정작 자신이 중요한 걸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어. 스승이 그에게 굴착기 조종법을 알려주지 않은 거야. 무작정 움직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어. 그래서 그는 바로 굴착기 학원으로 갔어. 물론 회장의 시체는 매장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둔 채였지. 결국, 그는 의뢰인의 요구를 만족하게 하지 못했어. 실패한 킬러에게 다시는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고 그는 굴착기 자격증을 따서 건설 인부로 살게 되었어.

  *

  “끝난 거야?”
  “응……. 이번 소닉 노블 프로젝트에 내려고 쓰던 거야. ‘골목의 포크레인 무언가를 짓기 위해 무언가를 허무는’이라는 음원을 바탕으로 쓴 거야.”
  “그렇구나. 확실히 엉망이긴 엉망이네. 소리도 뜬금없고. 설마 이걸로 낼 생각은 아니지? 근데 당신, 소설 읽어주면서 왜 은근히 말 놓는 거야?”
  “아, 그쪽도 편히 말을 놓고 아무래도 이젠 좀 친해진 거 같기도 해서……요.”
  “당신 몇 년 생인데?”
  “79년생인……데요. 그쪽은요?”
  “아……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 그래서 뭐? 내가 존대라도 해달라는 거야?”
  “그런 말 한 적 없잖아요.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또 울어달라고?”
  그녀는 혀를 짧게 찼다.
  “근데 어떻게 하지. 당신이 요즘에 내 스트레스를 죄다 풀어줘서 난 무척 개운한데. 예전이면 어떻게 쥐어짤 수 있었을 텐데 이젠 도저히 불가능이야. 눈물이 좀처럼 나야 말이지. 다 당신 탓이야. 전부 다 당신 책임이야.”
  그녀는 깔깔거리면서 웃어댔다. 악마다. 틀림없는 악마다. 그런 생각을 하다,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을 작정이었다. 전화를 하지 않자 이번에는 반대로 그녀가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물론 받지 않았다. 한 번쯤은 전화를 받아 그녀에게 욕을 해줄까도 생각해봤지만 바로 포기했다. 도저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신 차단했다. 이젠 악마하고도 영원히 작별이다.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낯선 여자가 여관방을 두들기 전까지는.
  “전화 안 받으면 못 찾을 줄 알았나 보지? 어랏, 직접 만나보니 완전 아저씨네.”
  여자는 자신이 누군지 말하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악마가 찾아온 것이다.

  악마는 소닉 노블 담당자를 통해서 나를 찾았다고 했다. 팬이라고 하니 선뜻 나의 거처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악마는 그날 뒤로 퇴근하면 당연하다는 듯 여관방으로 왔다. 이곳에 와서 딱히 별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배를 깔고 누어 TV를 봤다. TV가 재미가 없어지면 공연히 선풍기 바람을 향해 아-하고 소리를 내곤 했다. 여관의 특성상 이따금 낯선 여자의 교성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공연히 나만 헛기침을 하고 평소보다 요란하게 자판을 두들겼다. 그녀와 그나마 교류가 있는 건 여관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갈 때였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으면(거의 매일 밤이지만) 근처 편의점에 가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돌아왔다. 당연히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어느 날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붙었다. 요새는 잠시 쉴 요량으로 키보드에서 손을 떼기만 해도 편의점에 가는 거야? 라며 물었다.
  “아저씨는 왜 소설 쓰는 거야?”
  그녀가 맥주 캔을 따면서 물었다.
  “그 아저씨, 아저씨 소리 좀 어떻게 하면 안 될까? 아직 아저씨는 아니잖…….”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음, 소설을 왜 쓰느냐고? 흠. 그건 아마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인 거 같아. 현대인은 무한 경쟁 시대잖아. 끊임없이 스펙을 쌓아야 하고, 자신이 상품화되어야 하는데. 난 그런 틀에 박힌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내 데뷔작인 ‘인류의 멸망과 습작’에서 보면 말이야.”
  “아저씨, 스톱, 스톱. 아, 머리 아파. 아저씨 지금 학생한테 강의해? 아니면 아저씨가 무슨 지구 방위대야? 완전 지구를 지킬 기세네. 그렇게 폼 잡지 말고. 내가 간단히 정리해볼게. 솔직히 말이야. 아저씨 할 줄 아는 게 그거 밖에 없지?”
  “딱히…… 그렇지만도 않아…….”
  대답을 얼버무리며 오징어 다리를 씹었다.
  “아저씨, 글 쓰는 거 많이 힘들어?”
  그녀도 오징어 다리를 집어 들었다. 파라솔 아래에서 나란히 앉아 오징어를 씹었다.
  “아저씨 나도 소설을 써볼까?”
  난 그녀의 말을 한쪽 귀로 흘려 들었다. 평소와 달리 말을 많이 하는 그녀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마감이 코 앞이었지만 마땅한 원고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 해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응. 마침 오늘 회사도 잘렸거든. 이번 기회에 소설가나 되려고.”
  “그래? 잘 됐네.”
  “응. 한동안 수입이 없을 거 같아서 원래 살던 방도 뺐어.“
  “그렇구나. 잘 됐네.”
  일어나서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있는 맥주 캔과 오징어 껍질을 치웠다. 그제야 우편함 바닥에 깔려 있던 편지를 뒤늦게 발견한 것처럼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발끝을 가볍게 튕기면서 벌써 저 만치 걸어 가고 있었다.
  “야, 너! 도대체 어디서 살려고? 설마, 너!”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관 안으로 조르륵 달려 들어갔다.

  나의 데뷔작은 ‘인류의 멸망과 습작’이다. 스물 대여섯쯤에 쓴 글이다. 마구잡이로 스펙을 쌓고 취업 준비를 하고 토플 점수를 따는 친구들을 보면서 주인공은 인류가 멸망하고 있다고, 친구들이 좀비가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습작을 하지만 결국 멸망을 멈출 수 없으리란 걸 알아챈다. 주인공은 결국 소설 쓰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멸망의 날, 즉 좀비가 되어 전 인류를 물어 뜯는 날만을 기다리게 된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이다.
  나에게 소설 쓰기는 끊임없는 투쟁이었다. 설사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을지라도. 굳이 멀쩡히 있는 집을 두고(물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것이지만) 불편하더라도 여관방에서 지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일종의 극기인 것이다.
  그에 반해 그녀는 소설 쓰기가 애들 장난처럼 느껴졌나 보다. 이후 그녀는 매시간을 침대 위에서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보냈다.
  “소설 쓰긴 하는 거야?”
  “알아서 쓰고 있으니까 아저씬 아저씨 소설이나 신경 써.”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문장을 어떻게 쓰는 지 알려줄까? 소설의 기본적인 작법이라도 알려줄게.”
  “그렇게 거창할 필요 없잖아.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소설이나 써.”
  “아니야. 네가 몰라서 그래. 소설가는 자아 탐구와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야 해.”
  “아~ 쫌! 아저씬 아저씨 글이나 써. 그냥 재미있게 쓰면 되는 거잖아.”
  난 괜히 감정이 상해서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연기를 내뱉었다.
  “아저씨, 혹시 지금 담배 피우는 거 나 때문에 기분 상해서 그러는 거 아니지?”
  “아, 아니야.”
  당황한 나머지 얼마 피지도 않은 담배를 비벼 껐다. 별로 좋지도 않은 걸 뭘 그렇게 많이 펴. 아저씨도 금연을 해보는 게 어때? 그녀는 걱정하는 말투로 끝맺었지만 난 그 말에 숨은 진의를 파악했다. 앞으로 방 안에서는 담배 피우지 마. 알면 알수록 그녀는 무서운 여자였다.

  야심한 밤이었다. 옆방에 투숙한 여자의 교성이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생생한 야동이라도 보는 느낌이었다. 신경이 그쪽으로 향하지 않게 노트북의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 봤다. 쉴 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는 침대에서 TV를 보며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휴대전화의 자판이 딸각, 거리며 눌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별안간 그 소리가 끊기더니
  “아저씨-.”
  미열에 들뜬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 어, 왜?”
  목이 잠겨 대답이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
  “아저씨, 한 번 해볼까?”
  옆방의 여자는 이제 교성이라기보단 비명을 내질렀다.
  “뭐를 한, 한다는 거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러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둔 채로 말했다.
  “아저씨, 또 야한 상상 했지? 귀 빨개진 거 다 보여.”
  그녀는 특유의 깔깔거리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저씨! 소설 완성해서 한 번 보여준다고 한 건데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거야? 아무튼, 엉큼하다니까.”
  “그래? 한 번 볼까!”
  부끄러움을 감추려 부러 크게 말했다. 그녀는 그 모습이 더 우스꽝스러웠는지 이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웃음이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그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자그마한 폰트로 써진 소설 한 편이 들어 있었다. 대충 훑어봤지만, 문장도 맞춤법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듯 했다.
  밑의 글은 후에 내가 문장을 보완하고 약간의 묘사를 추가한 것이다.


  * 그녀가 처음으로 쓴 소설


  그녀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멀뚱멀뚱하게 앉아 있었다. 지하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기다림은 지루했다. 그녀의 입에서 풍선 껌이 자그마하게 부풀었다가 폭, 하고 터졌다. 난 그녀의 귀를 덮고 있는 헤드폰을 바라봤다. 동그란 플라스틱 외피엔 분홍색 별이 새겨져 있다.
  “무슨 음악을 듣는 거야?”
  난 그녀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물었다.
  그녀는 헤드폰의 한쪽을 들어 귀를 들어낸 채로 다시 말해달라고 말한다. 나는 다시 한 번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한 번 들어 볼래요? 이런 거 아저씨가 좋아하려나 모르겠네.”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헤드폰을 벗어 내 머리에 직접 씌어줬다. 아저씨, 생각보다, 아니, 역시 머리가 크구나. 헤드폰에서 옅은 체온이 느껴졌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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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과장되게 입을 벌리며 말을 한다. 헤드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입 모양을 따라 하며 떠듬떠듬 그녀의 말을 이해할 따름이다. 음, 악, 이, 어, 때, 요.
  난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어,때,요, 마,음,이,편,해,지,지,않,아,요?
  난 손가락으로 오케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녀의 얼굴이 이내 붉게 달아오르더니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 주위를 가렸다. 눈가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그녀의 왼손에 헤드폰 끝의 플러그 부분이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흩날렸다.
  “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거야. 장난치지 말고 평소에 듣는 음악을 들려줘.”
  “들었잖아요.”
  그녀는 헤드폰의 플러그를 빙글빙글 돌리며 대답했다.
  “뭐를?”
  “에이, 오늘 인심 쓴다. 아저씨한테만 특별히 내 비밀 알려줄게. 어디 가서 밝히면 안 돼요.” 그녀는 헤드폰을 벗겨 내고 내 귀에 그 작은 입술로 속삭여줬다.
  “사실 말이죠. 나 MP3 없어요. 나에겐 지금 이 순간, 모두가 노래에요. 어때요? 낭만적이죠, 나.”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

  “뭐야, 설마 이게 끝이야?”
  “어때? 좋지 않아? 뭔가 아저씨의 어두침침하고 돼먹지 않은 개그로 가득 찬 소설보다는 훨씬 밝고 따스하잖아.”
  난 손가락 사이에 팬을 낀 채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음, 등단한 소설가로서 평을 해준다면 저건 소설이 안 돼. 문장이야 어떻게 보완한다고 쳐도 뼈대를 이루는 사건이 약해. 화자가 환상으로 내닫는 결론도 개연성이 약하고.”
  그녀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무엇보다 소설을 통해서 네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부족한 거 같아.”
  “아저씨, 정말 내 소설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글쎄……. 그러니까 네가 말하고 싶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소설은 그 이상의 것을 말해야 한다는 거야. 개인적인 체험을 개연성을 가진 하나의 사건으로 꾸며 내야 해. 소설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또렷해야 해.”
  “그러니까 정말 모르겠다는 거네?”
  “아니, 내 말은 소설가란 모름지기.”
  “아, 진짜 시끄럽게 말 많이 하네. 아저씨가 소설가지 내가 소설가야? 개연성, 뭐 작가가 어쩌고는 개뿔. 그렇게 내 소설 속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면 아저씨 마음대로 생각하면 되잖아. 그래, 아저씨가 예전에 연결했던 소설에 연결하면 되겠네. 남자는 킬러 지망생인가 하는 나부랭이고 그녀는 뭐 좋다. 암살 대상이라고 하면 되겠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니 그렇게 화내지는 말……고.”
  “소설이 그렇게 대단해? 아저씨한테는 소설이 중요하겠지. 그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어려운 일이겠지. 그런데 뭐가 그렇게 힘든데? 아저씨는 그냥 쓰면 되잖아. 아저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누군가 필요하면 그 자리에다 뚝딱 만들면 되고, 필요가 없어지면 조용히 지워버리면 되고 모두가 다 아저씨 마음대로잖아. 아저씨는 평생 모를 거야. 음악도 나오지 않는 헤드폰을 끼고 온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여자의 마음을. 그때만 해도 그랬어. 매일 전화를 걸더니 필요가 없어지니까 그렇게 딱 잘라 연락을 끊어버리고 말이야. 넌 정말…… 나쁜 새끼야.”
  그녀는 건물이 통째로 울릴 것처럼 문을 세게 닫고 나가버렸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난 자리엔 어색한 적막이 맴돌았다. 옆방 여자의 교성도 멈췄다. 노트북을 켜고 머릿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그녀의 소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에 썼던 킬러 이야기를 불러왔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그냥 재떨이에 처박아버렸다. 담배도 이제 끊을 때가 된 거 같았다.
  난 그녀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에 대해서. 나이는 스무 살, 키는 160센티미터 중반, 약간 마른 체형, 매혹적인 눈동자, 일년 정도 경리로 일했지만, 지금은 백수, 지하철과 매운 걸 싫어함. 난 결국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서로의 이름조차도.

  “왜 자꾸 전화질이야!”
  “지금 어디야?”
  “신경 꺼. 어디에 있든 말든 아저씨가 무슨 상관인데.”
  “적어도 짐은 챙겨 나가야지……. 그냥 나가면 걱정되잖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그녀가 전화를 끊은 건 아닌지 휴대전화 액정을 확인했다.
  “내가 아니라 짐이 걱정된 거지? 하핫, 씨발. 알아서 찾아갈 테니까 신경 쓰지 마. 끊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
  “너와 내가 쓴 소설을 이어줄 소설을 한 편 썼거든. 사실 네가 나간 사이에 다 쓴 건 아니고. 예전에 썼던 원고인데 사이에 들어가도 괜찮을 거 같아서. 네가 꼭 읽었으면 좋겠어. 지금 오기 그러면 내가 지금 읽어줄게.”

  * 그녀의 소설과 나의 소설을 이어줄 또 하나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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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요란하게 귀청을 흔드는 안내 방송 사이엔 분명히 내 이름이 섞여 있었다. 놀라서 소리를 잡으려 했을 땐 이미 허공으로 흩어져 잡을 수 없었다. 난 읽고 있던 책(이 책은 Fire ball 주문서 정도로 설정하면 좋을 거 같아.)을 잠시 덮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날 알아보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잠시 후 열차가 들어섰고 난 지하철에 올라탔다. 날 부른 소리가 신경 쓰였지만, 이 열차를 놓치면 영락없이 지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은 암살 대상을 놓친다고 수정하면 될 거 같아.) 나지막한 모터 구동 음과 함께 지하철이 달리기 시작했다. 난 또다시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썩 나쁘지도 않은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승강장이다. 조금 전까지 타고 있던 지하철이 승강장으로 다시 들어서고 있다. 깜빡 졸았던 걸까. 안내 방송이 다시금 흘러나왔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 생각 없이 또다시 열차에 탔다가 급하게 빠져 나왔다. 이건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소리를 찾아야 한다. 나를 불러준 그 사람을 찾아야 했다. 승강장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찾지 못했다. 잔소리 폭격을 할 과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의뢰인과의 계약 내용을 생각했다.) 벤치에 쓰러지듯 앉았다.
  “아저씨, 병신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날 내려다 보고 있다. 잔뜩 내리깐 눈엔 조소가 가득했다. 그녀는 교복 위에 검은색 후드를 걸쳤고, 목에는 헤드폰이 목걸이처럼 매달려 있다. 난 책을 읽는 시늉을 했다. 아저씨 병신 같다고. 그녀는 혹시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쐐기를 박듯 말해줬다.
  “아저씨 아니야.”
  서른 살은 아저씨라 불리기엔 한참 어린 나이다.
  “뭐라는 거야? 아저씨 아까 엄청 웃겼던 거 알지? 갑자기 지하철을 빠져 나와선 내 어깨를 치고 가버렸잖아. 화를 내려고 했는데 아저씨의 표정 보고 미친 듯이 웃었다니까. 눈하고 콧구멍이 이렇게 커져서 진짜 병신 같았어. 뭐야. 아저씨 지금 내 말 듣고 있기는 한 거야? 이봐, 아저씨.”
난 그녀를 무시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책을 빼앗더니 집어던지려 했다. 쓰레기통에 넣으려 하는 걸 가까스로 손으로 제지하자,
  “아저씨 나 책임져.”
  “뭐, 뭐라는 거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저씨의 그 병신 짓거리 구경하다가 학교에 늦었단 말이야. 이제 가봤자 담임한테 욕만 바가지로 먹을 게 뻔해서 이젠 가고 싶어도 못 간단 말이야. 그러니까 아저씨가 책임져. 이건 전적으로 아저씨 책임이잖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하지만, 그녀는 입을 한일(一)자로 굳게 다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바짓자락을 잡은 채 놓지 않았다. 몇 분간 그녀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의 발단에 대해서 말했다. 승강장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고, 나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 지하철 밖으로 뛰어나오게 된 거라고. 네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은 내 책임이라고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책임이 아닌 나를 부른 그 사람의 잘못이니, 어서 내 바지를 놓으라고. 학생, 산 지 얼마 안 된 바지야.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눈치더니 눈을 반짝이며 내게 말했다.
  “그럼, 아저씨와 내가 같이 여행을 떠나면 되겠다. 아저씨를 부른 사람을 찾는 여행. 나도 그 사람을 찾아서 책임을 물으라고 해야지.”
  난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

   그녀는 소설이 끝나기 전부터 웃음을 터뜨렸다. 무엇이 그녀를 웃게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아저씬 이게 소설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명색이 소설가가. 도대체 말이 안 되잖아.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하다. 어떻게 하나로 엮을 생각을 했어. 명의 납시셨네요. 이왕 봉합할 거면 흉터는 안 지게 해줘. 정말 아저씨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줄은 몰랐어. 괜히 안 팔리는 소설가가 된 게 아니구나? 덕분에 한참 웃었네.”
  “뭐야, 그 반응은…….”
  “아저씨 데뷔작 있잖아. 제목이 뭐였더라. ‘인류의 멸망과 습작’이었던가? 인류가 멸망하고 있는 마당에도 한가롭게 소설이나 쓰고 있겠다던 줄거리 맞지? 확실히 그거에 비하면 이 소설이 앞뒤도 안 맞고 초점도 어긋났지만 그래도 이게 훨~씬.”
  “낫다고?”
  “엉망진창에 쓰레기야.”
  이번에는 나도 그녀와 함께 한참을 웃었다. 누군가 내 소설을 쓰레기라고 했다면 분명히 기분이 나빴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쓰레기면 어때서? 그게 도대체 뭐가 어때서.

  “아저씨, 소설의 끝은 어떻게 할 거야? 설마 그대로 갈 건 아니지?”
  “당연히 바뀌어야지.”
  그녀는 내 어깨에 턱을 올려놓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럼 킬러는 결국 여고생하고 어떻게 되는 거야? 사랑에 빠지는 거야? 설마 레옹처럼 무책임하게 죽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소설은 아직도 써내려 가고 있는 중이니까. 아마 잘 되겠지?”
  “뭐야, 이쪽이 더 무책임해.”

  나는 그녀와 함께 쓴 소설 3부작을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냈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날 맞으며, 제 시간에 마감을 해줘서 고맙고 했다. 물론 그 미소가 지워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페이지를 넘길 무렵부터 그녀는 펜 뒷부분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원고를 다 읽은 뒤 조용히 책상 위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잠시 커피를 타오겠다며 나갔다.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겠지만 희미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들었다.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여관방으로 되 돌아왔다.
  내 작은 악마는 문을 열기 무섭게 내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아무래도 4부작으로 끝내야 할 거 같아. 3부작인 점이 담당자 마음에 영 안 드는 눈치였어.”
  “말도 안 돼. 그걸 4부작으로 쓴다고?”
  “응. 아무래도 이번엔 내 개그 코드를 조금 더 넣어봐야 할 거 같아. 예전 미팅 때보니까 그런 쪽을 좀 더 좋아하는 거 같았거든. 아, 음원도 뭐로 쓸지 벌써 생각해뒀어. 한 번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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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SoYou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이공학도. 삶의 어느 문턱에서 발을 잘못 디뎌 소설을 쓰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자는 목적으로 SoYou란 필명을 쓰지만 결국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는 중이다.

* 해당 사이트에 게재된 ‘소닉 노블’의 저작권은 일회용 라이타에 있습니다

Author
instantwriter 일회용 라이타

대안출판 프로젝트 한페이지 단편소설에서 활동 중인 9명의 라이터가 결성한 '실험적 쓰기'를 좇는 집단이다. 학생, 회사원, 사업가, 웹디자이너, 경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시선으로 서울 픽션워크샵을 통해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공개된 작품으로는 '화목빌라, 402호 배수연의 죽음 http://villa402.web-bi.net'이 있다. 홈페이지: http://realwriter.li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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