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Roland Etzin

Roland Etzin은 지난 8월 New Music Series에서 공연한 독일의 사운드 아티스트로 포노그래피(phonography)와 사운드아트를 다루는 독일의 레코드레이블 그륀레코더(Gruenrekorder)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지난 공연에서는 아일랜드, 러시아, 몽고,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여정 동안 그가 필드레코딩한 소리들을 들려주었다. 시각적인 장치를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녹음된 소리를 주의깊게 듣는 일은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이기도 했다. 공연 후 이어진 뒷풀이 자리에서 그의 입을 통해 소리에 대한 그의 생각과 필드레코딩 작업 방식을 듣고 독자들과 나누고자 정식으로 인터뷰를 제안하였다. 그는 현재 지방을 여행중인 관계로 아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다. 환경의 소리를 레코딩하는 것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작은 안내가 되었으면 한다.

- 편집자

필드레코딩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1990년대에 녹음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샘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음악이나 소리를 매우 집중적으로 듣는편인데, 얼마간의 작업 후 특별한 처리를 가하지 않은 샘플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음악 프로덕션의 한 형태로 등장했을 때 그것이 가져다 주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즐겼다.

평소에 필드레코딩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일상에서 자주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편인가?

나는 보통 소형 녹음기와 여러 종류의 다른 마이크들을 가지고 다닌다. 언제든 흥미로운 소리들을 접할 때 마다 적절한 마이크를 선택해서 다른 각도로 녹음을 한다. 각도는 녹음에 있어서 사운드에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이다. 그리고 나서 녹음 이후에 어떤 것을 사용할지 선택한다.

당신은 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사진을 찍는 것에 비유한 적이 있다. 나는 특정한 의도를 갖고 공격적으로 이미지 대상을 포착한다는 관점에서 사진을 사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소리를 녹음하는 것은 대상이나 사물이 우리에게 다가올때까지 기다린다는 점에서 낚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녹음이라는 소리의 기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나?

사실 둘 다 일 수 있다. 이미지를 사냥하듯이 소리를 사냥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 가서, 특정한 사건을 찾아가 무엇이 벌어질지 미리 예상하고 그 소리를 녹음하러 간다면 말이다. 실제로 녹음을 하기 전에는 많은 준비와 기획이 필요하다. 나는 이 준비들이 필드레코딩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어떤 순간에 소리가 발생할 것을 의식적으로 기다리면서, 당신은 녹음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종종 우연적인 녹음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우연적인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그 소리들을 최선을 다해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그래서 필드레코딩은 낚시에서의 ‘기다림’과 사냥에서의 ‘전략적인 행동’ 모두를 필요로 한다.

녹음한 소리를 퍼포먼스할 때 어떤 방식으로 세트를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퍼포먼스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있나?

우선 관객에게 초점을 둔다. 나는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아무런 시각적인 정보 없이 필드레코딩만으로 관객들을 그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세트를 좀 더 추상적으로, 동시에 환경적인 소리들을 음악으로 변형시키게 한다. 나는 음악적인 요소를 퍼포먼스에 사용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벼운 악절과 무거운 악절을 같이 쓴다거나, 부드럽고 예민한 소리와 노이즈를 모두 사용하는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를 통해 각각의 곡들에서 운동성과 변화감을 갖고자 한다. 나는 샘플을 선택하고 배치하는데 있어서 많은 시간을 들이는데, 녹음 자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종종 어떠한 처리도 하지 않는다.

New Music Series in August #1: Roland Etzin from Sound@Media on Vimeo.

필드레코딩과 포노그래피, 그리고 필드레코딩에 기반한 전자음악. 이 세가지 범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는가?

사실 그 세가지를 명확하게 분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사람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나는 필드레코딩을 순수하고 절대적으로 대체불가능한, 처리를 가하지 않은 녹음이라고 생각한다. 포노그래피는 소리의 녹음이다. 이는 사진이 빛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포노그래피가 소리를 갖고 작업하는 것과 같은 정의이다. 하지만 나는 포노그래피를 좀 더 일반적인 용어, 즉 소리 녹음의 모든 측면을 다루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필드레코딩에 기반한 전자음악은 샘플링의 가능성에서 나온 음악의 한 장르이다. 그 용어들은 서로 교차하며 그 교차점에서 필드레코딩의 흥미로운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필드레코딩은 내가 사운드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무수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오늘날 사운드 작업을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악기 연주에 기반해 음악을 만드는 것과 소리의 미세한 단위를 조작하고 합성하는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사운드 작업 방식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그 속에서 필드레코딩이 소리를 창작하는 의미있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건 녹음 그 자체이다. 필드레코딩은 태생적으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질료(material)와 연결되며 그 세가지 측면이 예술가의 작업속에서 어떤 표현을 갖게된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현재 이 분야의 활동은 어떠한가? 필드레코딩과 관련한 네트워크나 작가들이 많이 있는지?

유럽의 사운드 씬은 굉장히 활발하고 다양하지만, 필드레코딩이 그 주류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Phonography.org의 메일링 리스트는 필드레코딩 분야의 아티스트들, 기관들의 활동을 접하는 좋은 네트워크 일 수 있으며, 다양한 토론이 오가는 포럼이기도 하다. Soundtransit.nl은 네덜란드의 네트워크인데 웹사이트에 등록한 장소에서 환경 소리를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World Forum for Acoustic Ecology는 이 분야에 있어서 선두적인 플랫폼이다. 이외에는 많은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당신이 설립한 그륀레코드 레이블에 대해 얘기해달라. 어떤 앨범들이 발매되었고, 어떻게 이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발굴해왔는지 궁금하다. 또한 당신의 레이블에서 앨범 발매를 결정할 때 어떤 원칙이나 기준같은게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7년간 총 85개의 앨범이 발매됐다. 나와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Lasse-Marc Riek는 전세계 아티스트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레이블을 시작할 당시에는 우리가 아티스트들을 먼저 연락했었는데, 이제는 보통 아티스트들이 먼저 발매와 관련한 아이디어나 데모를 보내온다. 발매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은 그 작업들이 필드레코딩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나서 그들이 녹음에 접근하는 관점이나 방식들을 검토한다. 물론 우리는 좀 더 새로운 접근법과 생각을 갖고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견하고자 한다. 또한 그륀레코더에서 발매되는 작업들이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층위의 포노그래피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며 그 소리들은 우리에게 언제나 영감을 준다.

그륀레코더는 CRISAPAutumn Leaves 출판CD 컴필레이션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CRISAP는 ‘소리와 환경’이라는 주제를 연구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이를 실천하는 기관이다. 그러한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진행되게 되었나?


Autumn Leaves(CRISAP, 2007) 커버 이미지

대부분의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Autum Leaves’ 작업 이후에 생겨났다. Angus Carlyle이 CRISAP와의 컨택을 시작했으며, 그는 ‘An Acoustic Tribute to the Bear Bruno’라는 작업으로 이전에 우리와 작업을 한 적이 있다. 그 프로젝트는 bear Bruno에 대한 비이성적인 살생이라는 사건을 음향적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진행된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질문으로, 당신에게 서울은 어떻게 들리는지 묻고 싶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곤충들의 소리가 가장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물론 이건 계절과 관련된 것이라고 들었지만, 일전에 8-9월에도 서울에 온적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이 도시의 전역에 스며있는 테크놀로지를 생각하게 된다. 음향적으로 보자면 곤충과 기계, 그 두가지 소리는 서로 닮아있다. 영원할 듯 강하게 진동하는 소리. 나에게 서울은 그런 방식으로 합성되어 들린다.

* 9월말부터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그륀레코더의 앨범을 판매합니다. 조만간 판매리스트가 블로그에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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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Media Sound@Media

Sound@Media는 사운드 문화예술을 다루는 웹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