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운드스케이프: 세상을 듣다

사운드스케이프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sound와 landscape의 조합어이다. Landscape를 ‘풍경’으로 해석하면 사운드스케이프는 청각으로 감지하는 환경을 뜻한다. Landscape를 ‘풍경화’로 해석하면 사운드스케이프는 어느 환경 또는 상황을 소리로써 표현한 창작품을 지칭한다. 나는 이 글에서 소리의 풍경화인 사운드스케이프에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직접 환경을 녹음한 음원을 사용해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소통할 수 있는 사운드스케이프 창작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주위소리의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여름을 주제로 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두 개를 들어보고 이 장르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자.

Waves9PM by Joowon Park by soundatmedia

JuneBug by Joowon Park by soundatmedia

우리는 세상을 오감으로 접하고 기억한다. 오감 중에서도 주로 시각에 사물인식을 의지한다고 하지만 청각을 이용해서도 무수하고 상세한 정보를 얻고 있다. 우리는 환경의 소리를 그냥 듣기만 할 뿐 아니라 소리가 의미하는 구체적인 물체나 활동을 짐작하며 특히 어두운 밤이나 자신의 등 뒤 같이 시각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청각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한밤중에 옆 방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치자. 우리는 그 소리만으로도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도둑, 고양이, 쥐 등을 감지하고 있다. 길을 지나갈 때 어디선가 기계음으로 ‘엘리제를 위하여’가 들려 오면 긴장을 해야 한다. 가까운 곳에서 트럭이 후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운드스케이프 작품은 소리가 지니고 있는 생생한 환경의 정보를 녹음기술을 통해 보존하고 재생하고 관중들과 소통한다. 사진이나 영화로도 환경의 정보를 전할 수 있다지만 오직 청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세상과 감성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위 예제에서 들은 파도소리는 내가 구름낀 밤에 호텔의 18층 베란다에서 녹음한 소리이다. 깜깜한 밤 바닷가에서 느낀 내 경험을 담기엔 사진은 무리가 있다. 플래시를 터트려 그 바닷가를 찍은 사진은 그 당시의 캄캄한 세상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은 밤 바닷가의 어두운 풍경이 아닌 파도소리만으로 꽉 찬 환경이다. 보이는 것은 없지만 들리는 것은 많은 어느 여름밤을 공유하고 싶었다.

또한 청중이 한 번이라도 해변가를 가 봤다면 파도소리만 들어도 바닷가의 여러 특성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소리만 들어도 우리의 다른 감각이 자극을 받게된다. 매미소리만 듣고도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를 ‘볼 수’ 있고, 급브레이크 소리만 들어도 운전자의 당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설거지 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릇의 뽀드득 거리는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운드스케이프 작가는 이처럼 여러 감각을 자극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소리를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하고 들려줄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며 녹음과 편집을 한다.

사운드스케이프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캐나다 작곡가 배리 트루악스 (Barry Truax)는 음원의 녹음 및 편집법에 따라 사운드스케이프를 아래 두 가지로 구분한다. (Soundscape as Global Music – Barry Truax)

1. 포노그래피(phonography): 최소한의 편집으로 환경의 소리 그대로를 청중에게 전한다. 소리를 뜻하는 phono와 사진(photography)의 합성어로 소리의 사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2. 사운드스케이프 작곡(soundscape composition): 상상의, 또는 임의의 환경을 여러 소리를 조합하고 편집해서 만든다. 사진과는 달리 여러 이미지를 편집하고 조함해서 만들어야 하는 소리로 만든 다큐멘터리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위에서 들은 파도소리는 한 장소에서 녹음한 포노그래피이다. 내가 인위적으로 지정한 것은 언제 어디서 녹음을 하고 편집시 그 녹음한 소리의 시작과 끝을 정한 것이다. 반면 또다른 예제인 벌레 소리는 여름동안 플로리다의 늪지대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며 녹음한 소리들을 편집하고 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개구리와 벌레들 소리의 밸런스, 각 음원의 반복 및 시작여부는 나의 결정에 의해 정해지고 조종되었다. 이런 임의적 조종이 가능한 점이 필드레코딩과 사운드스케이프의 매우 미묘한 경계선인 것 같다. 풍경화가 실존하지 않는 풍경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사운드스케이프도 소리로써 실제로는 없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스케이프의 이점

그럼 사운드스케이프 청취 및 창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건 무었일까? 나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보고 읽고 듣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행위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작가 김영갑의 ‘그섬에 내가 있었네’ 를 읽고 제주도의 산과 바다를 다시 보게 되었다.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난 뒤엔 산에 들어가 고요함을 맛보고 싶었다. 피아졸라의 탱고를 숲속에서 들으며 나무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보았다.

잘 만들어진 사운드스케이프 작품도 소리로써 세상을 느끼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 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시끄럽기만 한 주위의 소음에서 들을만한 소리를 찾을 수도 있다. 꽉 막힌 교통체증 속에서도 자동차 엔진소리의 리듬감을 감지하며 즐거워 할 수도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를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건 세상의 소리를 음악적으로 듣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사운드스케이프 청취를 통해 환경의 소리에서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장르를 알아볼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 기록이나 취미로써도 사운드스케이프는 매력이 있다.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은 다른 매체로는 담기 어려운 시간과 공간의 정보를 기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음원은 내 아들의 생후3개월 되었을 당시 휴대용 녹음기로 녹취한 것이다.

WIthNoah-Oct2009 by Joowon Park by soundatmedia

여기에서 청취자는 아빠(즉 녹음하는 나)의 관점에서 아기와 엄마와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만약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이 장면을 찍었다면 엄마와 아기의 숨소리와 대화를 바로 귀 옆에서 듣던 그 상황을 담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떤 상황을 가까이서 경험한 것과 멀리서 경험한 것은 그 느낌의 차이가 크다. 개인적이고 친밀한 경험을 청중과 나눌 때엔 소리가 최적일 때가 많다 (귓속말이 좋은 예이다).

개인적 경험의 기록 외에도 사운드스케이프는 역사적/문화적 기록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업이다. 사운드스케이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의 월드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World Soundscape Project) 그룹은 1997년 밴쿠버 사운드스케이프 (Vancouver Soundscape)라는 앨범을 냈다. 이 앨범은 2장의 씨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씨디는 1973년에 녹음한 캐나다 밴쿠버의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스케이프 곡들을 담고 있고 두 번째 씨디는 1996년에 녹음한 같은 도시의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스케이프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30여년의 시차는 도시의 환경을 바꾸었고 따라서 도시의 소리풍경도 바꾸었다. 그런 소리환경의 변화를 이 앨범은 들려준다.

우리는 서울의 88올림픽 때의 사진을 보고도 지금과 비교하며 놀라워 한다. 그 당시의 가요도 지금의 가요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그 당시 서울의 소리도 지금과 달랐진 않을까? 88년도의 어느 아침에 남산에 올라가 들은 새소리와 자동차 소리는 현재와 달랐을 것이다. 올림픽 개막식 당일날 서울역엔 핸드폰벨소리와 그 핸드폰으로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는 소리 대신 그 날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잔뜩 있었을 것이다.

이와같은 변화하는 소리의 문화를 우리는 이제 기록 할 수 있다. 100여년 전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지만 우리세대는 현재의 소리를 기록해 500년 후의 세대에게도 생생하게 들려 줄 수 있는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또한 우리는 녹음장비와 편집프로그램의 발전과 가격인하로 밴쿠버 사운드스케이프 팀 보다 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하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을 듣는 법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녹음하고 그 소리를 듣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경험을 해 보자.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 사운드스케이프 입문법을 소개한다.

사운드스케이프 만들기

사진작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게 아니듯 사운드스케이프 창작도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작업에 필요한건 녹음기와, 음원을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세상을 유심히 들어보는 귀만 있으면 된다. 녹음기가 없다면 아이폰으로 녹음을 해도 되고 노트북에 내장 되어 있는 마이크를 써도 된다. 위에서 들은 예제들을 녹음할 때 사용한 Edirol R-09이라는 휴대용 녹음기는 300불 이하로 구입할 수 있다.

편집용 프로그램도 비싼걸 구입할 필요가 없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선 편집 및 전자음악 작곡기술을 소개할 땐 무료프로그램인 Audacity를 사용한다. 이렇듯 장비가 문제가 아니라면 사운드스케이프 창작의 가장 관건은 세상을 듣는 귀를 훈련 시키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을 공부하려면 곡을 많이 들어야 하듯 환경을 녹음 할려면 주위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간을 감지하고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하면서 지금 앉아 있는 곳의 소리를 들어보자.

1. 조용히 주위에 귀를 기울일 때 인지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는가? 에어콘 소리, 컴퓨터 환풍기 소리, 건물 밖의 차소리, 냉장고의 우웅거림 등 원래부터 있었지만 귀에 안들어 오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절대적인 고요함은 찾기 힘든 것이다.
2. 관심을 요구하는 소리가 있는가? 현재 있는 공간에서 어떤것이 움직이거나 나타났다 사라지면 그 사물에 관심이 갈 것이다. 여러분들의 주위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지만 지금 당장 가장 집중이 되는 소리가 있을 것이다.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집중이 되며 어디선가 경보음이 울리면 그쪽에 관심이 간다. 어떤 물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눈과 귀가 그곳을 따라간다.
3. 사운드마크(soundmark)를 감지할 수 있는가? 사운드마크는 특정장소를 대표하는 소리이다. 내 방을 대표하는 소리는 이상한 전자음으로 울어대는 고장난 뻐꾸기 시계이다. 부부젤라는 남아공 월드컵의 사운드 마크이다. 동동구리무 소리는 이제는 듣기 어려운 옛 시장의 사운드마크이다.

위와 같이 소리가 알려주는 세상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귀로써 많은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오른쪽, 왼쪽, 위, 아래, 가깝다, 멀다 등의 공간에 대한 정보를 보지 않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눈은 앞에 있는 것과 뒤에 있는것을 동시에 볼 수 없지만 귀는 앞의 소리와 뒤의 소리, 그리고 양 옆의 소리까지 한번에 듣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듣는 태도를 이용해 감지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마이크를 이곳 저곳에 대보며 녹음하고 듣다보면 원하는 소리를 사운드스케이프에 적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녹음방법의 변화로 개인적 경험을 표현하는 방법의 예를 몇 개 들어 보자. 종탑을 1m 앞에서 녹음한 것과 100m 밖에서 녹음한 소리는 종소리와 그 주위의 소리가 차이가 난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서재에서 녹음한 것과 서울역 광장에서 녹음한 것과는 분위기도 차이가 난다. 한겨울의 해운대와 한여름의 해운대의 소리는 상상만 해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배고플 때 시도한 대화와 배 부를 때 시도한 대화는 말투가 다르다. 이와같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주위소리의 변화를 잡아내면 좋은 사운드스케이프를 녹음했다고 할수 있다.

소리를 녹음했으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한다. 소리를 녹음기에만 담아 놓으면 사진을 디지털카메라 안에만 담아 놓는 것과 같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컴퓨터에 다운받아 큰 화면에서 사진을 보거나 인화하여 공유하는게 더욱 보기 좋다. 같은 이유에서 마음에 드는 음원을 컴퓨터로 편집하고 인터넷, 씨디 등으로 공유할 때의 녹음자는 비로서 소리에 대해 알게되고 애착을 갖게 된다.

편집기술을 여기서 다 알려줄 순 없지만 아래 두 블로그 포스팅을 참조하면 Audacity를 용한 편집 기초는 시작 할 수 있을 것이다.

http://emusic.egloos.com/1881014
http://emusic.egloos.com/1113114

오디오 프로그램을 써 보지 않았더래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워드에서 오리기, 붙이기, 복사하기를 할 줄 알면 소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편집 할 수 있다. 사운드스케이프를 편집할 땐 작품의 시작과 끝을 정하는게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3분동안 녹음한 교통체증 소리를 언제 어떻게 끊고 붙여서 30초 짜리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럴 땐 관심을 끄는 소리로 시작과 끝을 알리는 방법이 있다. 버스가 빵빵 거리는 소리로 시작하고 옆 운전자의 욕으로 끝내면 작품의 시작과 마침을 청중은 기억할 것이다. 도로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바퀴소리 보다는 리듬감 있는 경적소리와 걸쭉한 욕지거리가 우리의 관심을 부르는 소리니까 (만약 여기서 운전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욕을 녹음 했다면 교통체증의 사운드마크 획득에 성공한 것이다).

사운드스케이프에 기존음악 지식을 적용할 수도 있다. 샘플러와 사운드이펙트가 더이상 생소하지 않은 현대의 음악에서 사운드스케이프의 공간감과 시간감을 이용한 곡은 쉽게 접할 수 있다. 빗소리와 천둥소리로 시작하는 가요가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사운드스케이프와 기존음악 접목의 간단한 시작으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곡에 어울리는 주위소리를 찾아 입혀보는 작업을 해 볼 것을 권한다. 비오는 날에 쇼팽을 듣는것을 좋아 한다면 빗소리를 녹음해 자신이 좋아하는 쇼팽 트랙에 더해 보자. 편집시 약간의 볼륨조종만으로도 비오는 날에 쇼팽을 듣는 기분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최근에 드뷔시의 달빛 (Clair de Lune)에 위 예제의 파도소리를 더해 들어본 적이 있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치면 이런 소리가 나올 것 같다. 직접 그렇게 해 본 적은 없지만 사운드스케이프를 이용한 리믹스를 통해 간적적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다 만들었으면 보관하고, 듣고, 들려주자. 오늘 만든 소리가 한달 후 에는 새삼 다르게 들릴 수도 있다. 해외여행에서 들은 여름의 소리를 어머니 아버지께 들려주자. 자신이 사는 동네의 사운드마크를 찾아 녹음하고 공유하다 보면 SeoulSoundMap처럼 새로운 개념의 지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자신의 사운드스케이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작품들도 들어보자. 사운드스케이프 전문가의 귀로써 들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으면 힐데가드 웨스터캄프(Hildegard Westerkamp)의 곡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사운드스케이프의 장르구분과 역사

사운드스케이프는 환경의 소리를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반면에 사운드스케이프가 아닌 곡은 소리자체의 시공간적 감각이 작곡과 감상의 주된 요소가 아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이 곡을 머릿속에 그려 보라고 하면 여러분은 그 유명한 멜로디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멜로디가 만들어졌던 당시나 베토벤이 곡을 쓰던 모습이 바로 떠올리지는 않을거라고 예상한다. 이번엔 앞에서 들었던 벌레소리를 기억하고 연상해 보자. 여러분의 머릿속엔 개구리, 매미 등의 사물이 떠오를 것이고, 그 소리의 조합으로 여름이라는 계절도 연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엘리제를 위하여’는 음계를 칠 수 있는 악기라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연주가 가능하다. 반면에 사운드스케이프는 어느 특정한 시간에 녹음한 특정한 장소의 녹음된 소리를 쓰기때문에 대체 할 수 없다.

악기소리가 아닌 환경의 소리음원, 또는 전자향으로 변조된 소리들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체음악 (musique conrete)과 사운드스케이프는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사운드스케이프는 소리의 시공간적 상징성을 중요시하는 반면 구체음악은 소리의 음색과 변화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즉 구체음악과 사운드스케이프는 창작자가 소리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구분된다.

이 두가지 소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알면 전자음악역사의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1950년대 구체음악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쉐퍼흐(Pierre Schaeffer)는 녹음된 소리의 시공간적 상징성을 배제하며 작곡하고 감상하기를 원했다. 예를 들어 기차소리를 사용한 구체음악은 기차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생각하지 말고 기차소리의 음색과 음악적 맥락에 귀를 맞추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곡을 들을 때 각 악기의 모양새와 연주자의 행동을 연상하며 듣는게 아니라 전체가 내는 음색, 음율, 구성을 듣는 것처럼.

소리를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구체음악적 태도는 1970년대에 반대세력을 만난다. 캐나다의 머레이 셰퍼(Murray Schafer)를 중심으로 한 작곡가들은 환경 소리의 시공간적 요소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반문을 했다(기차소리를 듣고 기차를 상상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앞서말한 밴쿠버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 등의 환경의 소리와 그 소리가 가져다 주는 시공간적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작품을 만든 것이 사운드스케이프의 시초였다.

현대전자음악에서 구체음악적 작곡방식과 사운드스케이프적 작곡방식을 1970년대처럼 구분 짓기란 매우 어렵다. 많은 전자음악 곡들은 소리의 음색과 상징성을 동시에 이용한다. 곡의 도입부분에서 기차소리는 활발한 역을 상징하다 기적소리가 바이올린음으로 변화하며 곡을 진행할 수도 있다. 전자음악가들에게 그들이 어떤 장르의 전자음악을 하느냐고 물어봐도 선뜻 ‘나는 구체음악을 해요’, ‘나는 사운드스케이프만을 만들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것도 이런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처럼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 지면서 사운드스케이프를 음악의 한 장르로 구분하기보다는 환경의 소리에서 음악적 감성을 찾을려는 미학으로 보는 학자와 예술가들이 생겼다. 이들은 환경의 소리를 보존하고 알려주려는 음향생태학(acoustic ecology)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발전시켰다. 음악생태학자들은 멸종되어가는 동물의 소리, 사라져가는 환경의 소리들을 녹음하여 작품을 하기도 하고 소리가 지닌 문화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는 음악이라는 학문보다 더 범위가 넓으며 음악생태학의 이념은 사운드스케이프를 역사적 자료로 보며 여러 학문에 적용하기를 권장한다.

한 예로 민속음악한자인 스티븐 펠드(Steve Feld)는 자신의 연구를 음반으로 발표한다. 세계 여러 문화에서 종소리가 주는 상징성과 그 종소리와 생활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펠드는 Time of Bells라는 종소리를 사운드마크로 사용한 사운드스케이프 앨범 시리즈를 발표했다. 또한 파푸아 뉴기니의 민속음악을 연구하면서 밀림의 소리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친 점을 설명하기 위해 정글의 24시간 소리를 30분으로 편집한 작품도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오직 소리로써만 표현할 수 있는 문화와 사회를 생생하게 포착한 사운드스케이프 곡이며 동시에 사라져가는 유럽의 어느 농가와 파푸아뉴기니 소부족의 소리를 보존한 소중한 자료이다.

맺음말
사운드스케이프 활동은 세상을 더 관심있게 듣고 경험하기 위한 것이다. 주위환경의 소리를 녹음하고 조합하고 기록하다 보면 소리로 세상을 인지하는 경험을 즐기게 된다. ‘볼 것’이 없는게 오히려 듣는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글을 맺으며 내 사운드스케이프 작품들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Palm Grove Pond는 내가 살던 플로리다지역의 한 연못에서 녹음한 소리로 만든 작품이다. 나는 2007년 2월부터 6월까지 한 장소에서 연못을 지속적으로 녹음했다. 그렇게 하니 계절이 바뀜에 따라 호수의 소리가 바뀌는 걸 듣게 되었고 4개월에 걸친 연못소리의 변화를 편집하고 가공해 7분짜리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08년도 이사를 할 때 즈음에 이 연못이 토지개발로 조만간 없어질 거라는 뉴스를 들었다. 이젠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연못의 개구리, 귀뚜라미, 빗소리가 들려준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

PalmGrovePond by Joowon Park by soundatmedia

Author
Joo Won Park 박주원

박주원은 전자음악 작곡 및 연구를 하고 있으며 전자음악 알아보기 블로그 emusic.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Bourges Electroacoustic Music Competition, SEAMUS Electroacoustic Music Competition 등에 수상 경력이 있으며 International Computer Music Conference DVD, Computer Music Journal, The Csound Book, Electronic Musician Magazine 등에 음악 및 글이 출시되었다. 버클리 음대와 플로리다 대학을 졸업 했으며 현재 필라델피아 커뮤니티 컬리지 에서 작곡과 전자음악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