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리의 맥락: 사운드 아티스트와 기획자를 위한 몇가지 제안

본 글은 Sound@Media가 기획한 ‘Sound In Context 스크리닝+렉쳐’(10/23,25)에 강사로 초대된 애슐리 웡(Ashley Wong)의 렉쳐 내용을 주제에 맞게 재구성한 글이다. 이 글에서는 사운드 아티스트들과 관련 기획자들이 소리에 개입하는 작업이나 프로젝트를 구상, 제작 및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각해봄직한 사항들을 몇가지 유럽의 사례를 들어 다루고 있다.

애슐리 웡은 캐나다에서 언더그라운드 뮤직 및 실험음악 행사를 기획/프로모션하면서 사운드와 음악씬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 이미지와 사운드, 미디어아트 등을 공부하였고 홍콩 미디어아트 기관인 Videotage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런던 골드스미스에서 문화연구를 공부하던 시기에 Sonic Arts Network(이후 Sound and Music으로 통합)과 다양한 사운드 기획 및 리서치 작업을 하였으며 현재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사운드에 개입하는 다학제적, 다장르적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있다. 현재 벨기에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중이다. http://www.loudspkr.org/

1. 관객들이 소리를 경험하고 개입하는 방식에 대하여

사운드를 수반하는 혹은 사운드를 매개로 하는 작업들은 전통적인 갤러리 환경에서 전시되거나 일반 콘서트홀에서 공연되기에 여러가지로 맞지 않는 점들이 있다. 이는 비단 갤러리 장소의 물리적 한계에 연유한다기 보다는 사운드 작업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혹은 적절한 방식이 기존의 제시방식과는 다른 형태를 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객들이 작품을 경험하고 개입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이 최근 몇년사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Arika, Resonant Spaces(2006), Scotland

아리카(Arika)는 스코틀랜드 지역을 기반으로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관련한 페스티벌 및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및 제작해오고 있는 단체이다. Resonant Spaces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건축물을 청각적으로 경험하는 소리 투어 프로젝트로 여행투어라는 형식을 빌어 진행되었다. 음향적으로 고유한 특징을 지닌 스코틀랜드의 6개의 장소들-오일탱크, 동굴, 얼음창고, 저수지, 왕릉, 유적지-을 선정하여 참여자를 모집한다. 참여자들은 각자 혹은 함께 버스를 타고 각 공간들에 가서 음향적 경험을 체험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고정된 전시 대상이 없으며, 갤러리에서 답습되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일방적인 관계가 비교적 느슨하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감상을 온전한 체험으로 받아들이도록 기획되었다. 전시이자 워크숍이자 필드트립인 셈이다. 이렇듯 실험적이고 비규정적인 형태를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환경 혹은 본래 설계된 목적을 더이상 수행하지 않는 비어있는 공간들의 음향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자 했다.

링크: Resonant Spaces

2. 갤러리 밖으로 나가는 작업들에 대하여

갤러리는 시각적 결과물 중심의 작업을 제시하는 용도로 설계되어 사운드 작업 설치시에 소리의 누출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또한 수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소리의 속성으로 인해 상품화가 되기 어려워 종종 갤러리에게 사운드 작업은 골칫거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한 가운데 사운드 아티스트들과 관련 기획자들은 음악과 미술과의 연관성 속에서도 사운드 자체의 고유한 맥락과 전개 방식을 탐색해 나가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예술 작품이 전통적으로 생산, 유통되어온 시스템에 대한 흥미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사운드아트와 실험음악을 프로모션하는 영국내의 가장 큰 규모의 단체인 Sound and Music이 2010년에 기획한 두 점의 사운드 설치작업은 각각 고저택과 식물원에서 진행되었었다. 설치작업의 장소로 전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른 공간을 선택하거나 야외로 나가는 경우, 오히려 장소의 공간성과 작업의 맥락이 가깝게 맞닿아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Bill Fontana, River Sounding(2010), Someret House, London

미국 사운드 아티스트 빌 폰타나(Bill Fontana)의 설치 작업으로 런던 템즈강 근처에 위치한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진행되었다. 서머셋 하우스는 해국제독 넬슨의 해군사무소가 있던 곳으로 건물 내의 큰 아치문을 통해 보트가 드나들던 장소이다. 작가는 몇달에 걸쳐 수중마이크등 여러 종류의 마이크로 템즈강을 녹음하였고 이는 건물 가장자리 공간에 설치된 24개의 스피커로 재생되었다. ‘River Sounding’은 관객들로 하여금 소리를 통해 상기된, 혹은 다시 재조합된 물과 강에 대한 기억을 전달하고 있으며 관객들은 이동해가면서 몰입적인 사운드 환경안에서 음향적인 여정을 따라간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설치 기간동안 템즈강과 런던이라는 도시의 장소성에 개입해온 인접 예술 분야의 미술가, 문학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세미나와 토크가 함께 진행되었다.

링크: River Sounding

Chris Watson, ‘Whispering in the leaves’(2010), Kew Garden, London

크리스 왓슨(Chris Watson)은 자연 녹음 분야의 전문가로서 데이빗 아텐버로우(David Attenborough)가 제작한 BBC 자연 다큐멘터리 ‘The Life’ 시리즈에 사운드 레코딩 감독으로 참여했었다. 이번 작업은 런던의 팜 하우스(Palm House)에 위치한 큐 가든 식물원(Kew Garden)을 염두한 설치작업이다. 중남부 아메리카 우림에서 녹음한 동물, 곤충 등의 녹음소리를 80개의 스피커를 통한 확산을 활용하여 식물원에 설치했다. 새벽과 해질녁, 2개의 컴포지션이 각각의 시간에 재생되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숲의 청각적 환경을 구성했다. 크리스 왓슨의 필드레코딩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가 주요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시의적절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치기간 동안에는 작품이 지닌 여러 맥락들에 대한 토크와 세미나 등과 더불어 자연환경에서의 녹음 테크닉에 대한 작가의 워크숍이 병행되었다.

링크: Whispering In The Leaves

3. 갤러리와 박물관 등 전통적인 전시 공간의 기대와 압박에 대하여

작가이자 평론가인 데이빗 툽(David Toop)이 2000년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큐레이팅한 전시 ‘Sonic Boom’은 당시에 가장 종합적이고 포괄으로 사운드아트 분야를 대중에게 소개한 첫 전시로 꼽힌다. 하지만 이 전시는 작품들의 개별 소리들이 한데 섞여 작업을 감상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결국 방음의 문제를 다뤄보지 않은, 시각적 기대를 배제하기 어려운 전시장에서 작품을 전시할 경우 작가와 큐레이터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운드에 대한 이해와 목소리를 높여야 함을 의미한다.

Ensemble(2007), ICA, Pennsylvania
게스트 큐레이터-크리스챤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

퍼포먼스, 비주얼아트, 실험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크리스챤 마클레이가 초청 큐레이터로 기획한 전시인 ‘Ensemble’은 기존의 사운드 관련 전시가 취해온 소리를 다루는 방법을 거꾸로 뒤집었다. 즉, 각각의 사운드 작업들을 고립된 전시 공간으로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각각의 소리들이 뒤섞이고 혼합되게 하여 전시장의 모든 소리들을 하나의 앙상블로 만들고자 하였다. 설치물들은 관객이 만지고 돌리는 행위에 의해 제각기 다른 소리들을 생성해 내었으며 탁트인 전시장 한층을 모두 사용하여 가벽없이 각각의 작품들이 설치되었다.

링크: Ensemble(2007)

최근에는 사운드를 전문으로 다루는 갤러리와 리서치 단체가 출현하여 사운드 작업들의 맥락을 짚어내고 전시 방식의 구현을 돕는 호의적인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지난 7월 런던 북부에 문을 연 사운드 아트 전문 갤러리 사운드피오르(SoundFjord)는 전시뿐 아니라 레지던시, 워크숍, 렉쳐, 토크 등의 방식으로 실험음악과 사운드아트 퍼포먼스 분야의 작가를 발굴, 지원하고 더 넓은 범위의 관객에게 사운드와 관련한 작품과 담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링크: Soundfjord

사운드 쓰레숄드(Sound Threshold)는 문학, 실험음악, 예술사 등의 맥락에서 소리에 대한 프로젝트를 큐레이팅하고 책을 발간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쓰레숄드(Threshold)를 경계, 궤도, 분계, 차이 등에 대한 확장된 메타포로 이해하면서 다학제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소리에 접근하고자 한다. 2007-08년에는 소리와 장소의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인 ‘시즌 1-풍경을 통한 음악과 사운드’, 2009-11에는 소리와 시간의 관계를 살피는 ‘시즌 2-리스닝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고 있다.

링크: Sound Threshold

4. 사운드작업의 유통과 공유의 방식에 대하여


Ashley Wong, The Sound of Ebb(2009)

애슐리 웡은 최근 몇년간 전세계적인 경제침체에 대한 각 문화권의 반응이나 생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경제 침체에 대한 텍스트, 비주얼 및 오디오 작업 등을 아카이빙하는 웹기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중 사운드를 매개로 하는 프로젝트 The Sound of Ebb(2009)는 ‘경제 침제의 소리는 무엇인가?(What is the sound of recession?)’라는 질문을 제시하고 전세계에 있는 사운드 아티스트들에게 작업을 받아 아카이빙하였다. 현재까지 15개 나라에서 55여개의 작품을 받았는데, 정부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소리를 녹음한 필드레코딩,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문닫은 상점들을 설명하는 지역 주민의 말소리 녹음, e-bay이나 주식시장의 데이터를 소리로 표현한 작업 등 다양한 작업들이 아카이빙 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지구적인 경제 위기에 대한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찰과 관점을 담고있으며, 소리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개입하고 그것들이 그리는 문화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더불어 다양한 생산과 배포가 가능한 소리의 특징을 잘 활용한 프로젝트로 기본적으로 웹을 기반으로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이기에 비용이 들지 않았으며, 전시나 공연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유통/공유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조만간 선별된 트랙들을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제작하여 무료로 온라인상에 배포할 예정이다.

링크: The Sound of Ebb

5. 소리의 맥락에 대하여

Sound In Context는 시각 중심의 현대예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운드 분야의 고유한 예술적 실천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이다. 영국과 인근 유럽 지역의 주요 예술기관, 갤러리, 아티스트, 큐레이터, 평론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대예술계와 갤러리 환경에서 사운드를 선보이고 전시하는 것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 제작: 조나단 웹(Jonathan Web), 애슐리 웡(Ashley Wong)
soundandmusic.org/​projects/​sound-context

Author
Sound@Media Sound@Media

Sound@Media는 사운드 문화예술을 다루는 웹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