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그리고 ?

(다소 뜬금없는 정치적 소재가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나 예술 모든 분야에 관련하여 네덜란드 및 유럽전반의 상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이야기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블로그에 올립니다.)

지금 네덜란드에서는 새 정부를 맞이하였고, 그 새 정부에 대한 새로운 정책들에 적응/부적응 중이다. 얼마전 닥쳐온 경제 대란에 유럽에서도 여러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네덜란드는 EU 국가들 중에서도 상황이 좋은 편에 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예전과 다른 정책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처음 헤이그에 올때가 2006년도였는데, 그때 학비와 지금의 학비는 약 2.5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일단 EU 이외 국가의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정부의 지원 혜택이 현저히 줄었으나(학비가 적었던 이유는 정부가 그 외의 비용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것들에서 외국인으로 살며 몸으로 체감할 만큼 크게 변화한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내세운 정책 중 하나가 예산 삭감인데, 모든 분야에 들어가는 예산 지원의 7%가 삭감이 된다. 그러나, 이들은 예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차별적으로 삭감하였다. 자세히 말하면, 총 7%의 전체 문화영역에 들어가는 비용(이는 예술, 문화, 모든 분야가 포함되는데, 즉 극장, 박물관, 콘서트, 오케스트라, 각종 문화 예술에 들어가는 비용)에 더하여 특히 공연분야(the practicing arts)에서 2천만 유로(한화 약 300억), 그리고 라디오 및 TV의 방송분야에 또 2천만 유로를 삭감하였다. 이는 각 분야의 전체 예산에 40%에 달한다. 이는 박물관 운영 비용은 7%로 다른 분야 삭감과 거의 일치하여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아지나, 예술관련-음악, 미술교육, 음악원 직원, 국영 오케스트라등- 비용은 거의 반으로 줄고, 이중에서도 흔히 ‘비주류’라 불리는 실험음악, 전자음악, 현대음악 등의 지원은 더더욱 밀려날거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어 10월 8일, 예술가들의 대대적인 첫번째 데모가 열렸다. 이는 처음 왕립음악원 학생, 교수들에 의해 시작되어 그 소식이 일파만파 알려지자 네덜란드 전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대학생들, 그리고 어린 학생들까지 약 3천명이 네덜란드의 행정수도인 헤이그로 모였다.

네덜란드는 예술가가 예술만 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지속적인 예술활동을 하게 되면 정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전세계의 많은 예술가들이 네덜란드에 자리를 잡고 활동하였으며, 이는 문화적인 풍요를 낳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지금 상황은, 네덜란드인은 물론, 어느나라 사람이건 상관 없이 예술은 사치스러운 것. 먹고살기 바쁜와중에 거추장 스럽기만 한 장신구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에게는 이런 처세가 답답하고 한심할 노릇이다. 정부의 지원삭감이 가져올 파장은 쉽게 예측된다. 예술가들은 서로 기회를 얻기위해 더 치열해 질 것이고, 이제는 예술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것이며, 많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자리를 뜨게 될것이며, 돈이 없으면 예술교육도 힘들어 지게 될것이며, 이들이 성장해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나 역시 이 데모에 참가하였다. 내정에 관한 문제라 그런지, 쑥스러워선지 많은 동양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첫 모임은 공원에서 가지게 되었다. 원래는 Binnenhof (국회청사) 앞에서 열리기로 했었으나 경찰과의 합의 하에 공원으로 장소를 옮겼고, 공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는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했다. 사람들은 음악을 연주하고 연설을 하였으며, 서명운동을 병행하였다. 사람들의 호응을 끌기에는 미미한 행사라 여긴 대응한 일부의 예술가들은 그룹을 지어 약 10분 거리에 있는 Binnenhof로 이동하여 Binnenhof 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이 두번째 모임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모인 사람들은 리더가 없이 처음에는 주춤하였으나, 5~6명의 사람들이 시편 137을 가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고, 두사람의 댄서가 그 앞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그러자 다른 2명의 댄서가 나와 같이 춤을 추었고,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이올리스트 한명이 나와 음악에 맞추어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며, 모든사람들은 차분하게 노래와 연주를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데모(또는 연주)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려주는 행위이자, 예술가들이기에 가능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그 어떤 폭력적인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평화로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곧 경찰이 말을 타고 들어와 말로 무리들을 내쫓았다.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사람들은 좁은 문에 밀려 마구 쫓겨났다. 무력경찰이 출동하여 우리를 밀쳐낸후, 집에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결국 밀려난 사람들은 문앞에 진을 쳤으나, 이 또한 30분도 안되어 쫓겨 결국 해산당하였다.

이 데모에서 나는 두가지 생각을 하게된다.

첫번째. 그동안 예술가들에게는 문제가 없었는가? 그동안 정말 많은 지원을 받고 그만큼 성장해 왔는가? 그 돈은 올바르게 사용해왔는가? 정말 사치스러운 부분은 없었는가?

두번째. 예술은 정녕 사치인가? 예술이 가져다 주는 영적인 배부름은 가진자들의 선택일 뿐일까?

물론 네덜란드의 이 사태는 이런 질문들 보다는 더욱 현실적이다. 많은 기관들이 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 나처럼 외국인은 더더욱 기회가 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정치 문제에 나서서 데모를 하는가?’ 그러나,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네덜란드로 발을 들여놓은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몇 안돼는 ‘예술가’로서 생계를 유지 할 수 있었던 나라. 정녕, 많은 예술가들이 반고흐 시절과는 다르게 꽤 사치스러울 수도 있었던 나라. 그러나 몇 안돼는 사치스러운 예술가들이, 꿈을 꾸는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도 덮어버릴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었는가 싶다.

그날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아, 정말 예술가들이 돈문제에만 이렇게 들고 일어나는게 정말 싫다.”

그말이 나의 뇌리에 스치고 생각하게 했다. 예술을 돈으로 따지고 아니고의 문제는 지금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계기가 예술가들로 하여금 지금껏 받아오던 그 ‘돈’이 ‘사치’가 아닌 ‘가치’로서 쓰여지고 있었는가의 문제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 가슴이 아픈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상황이 어려워 지리라는 예상도 거의 맞을것이다. 그러나 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또 떠날 것이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예술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아래 링크는 10월 26일 Hague의 중앙역에서 Dutch Radio Orchesta와 Radio Choir가 연주를 통해 예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평화적인 데모를 하는 장면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 두 기관은 문을 닫게 된다고 한다.

Author
강지연 강지연 / Composer/Sound Artist

네덜란드에서 활동중인 작곡가/사운드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