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Art 2010에 다녀와서

9월 25일, 26일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는 열리는 TodaysArt에 다녀왔다. 올해로 6번째 열리는 이 행사에는 다양한 장르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일단 아이팟에 무료앱을 설치하여 공연자들의 간단한 정보, 시간, 장소를 메모해 두었다.
제일 먼저 본 전시는 Alxis O’Hara의 Squeeeque라는 작품이다.

사진처럼 스피커로 만든 이글루다. 그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서 마이크로 소리를 낸다. 마이크와 스피커 사이에서 끊임없는 하울링이 일어난다. 계속 드나드는 사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설치작품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사는 Alxis O’Hara는 노래를 하는(목소리는 몽환적일 때도 있고 코믹할때도 있음) 음악가이자 사운드설치, 비디오 작업도 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다.

The User의 Symphony #2 for Dot Matrix Printers이다. The User는 건축가 Thomas Mclntosh와 작곡가 Emmanuel Madan으로 구성된 팀이다. 여러 개의 프린터에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으며 관객은 한줄 한줄씩 프린팅 되는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프린터들로부터 나오는 기계음들이 음악적으로도 잘 어울려서 보는 즐거움에 듣는 즐거움까지 함께 선사해 주었다. The User는 이 작품에서 생활속에 가까이 있지만 잊고 있는 기계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를 바랬을까 나는 젊은 시절 엄마가 쓰시던 오래된 편물기계가 떠올랐다. 작동원리가 매우 흡사하다.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던 Anke Eckardt의 ‘!’ 이다. 작품명이 작품이 주는 느낌을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사진에 다 찍히지 않았지만 다섯개의 스피커로부터 나오는 진동에 의해 밑에 있는 액체가 폭발하듯 넘친다. 이전에 비슷한 목적(물리적 진동)을 가진 공연에서 경험했던 것과 다른 확실한 차별성이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느낌, 희미한 소리 한개가 점점 가까이 나에게 다가와 확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이 설치된 곳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는 Atrium City Hall 인데 이러한 거대하고 소리의 울림이 중요한 작품들은 아무래도 설치장소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은 Anke Eckardt가 연구하는 주제인 수직 청력(Vertical Hearing)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아마 다음 작품은 수평 청력(Horizontal Hearing)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하고 혼자 예상해 보았다.

유난히 이번 Todayart에서 사운드를 이용한 작품을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내가 와서? 당연히 아니겠지만 시종일관 흐뭇했다. 다음 작품은 KABK 예술공학과 학생들의 Buiiding Music이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래도 사진처럼 장면이 확 바뀔때는 멋있었다.

이번엔 공연이다. 1024 Architecture의 프로젝트 Euphorie, 이 공연에서는 특히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4개의 스크린(줄로 되어있음)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비주얼, 사운드, 제작한 악기, 연주자들의 장난스런 연주모습, 40분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악기는 마치 형광등처럼 생겼고 긴 줄이 달려 있는데 기타(네온기타)처럼 연주한다. 줄을 튕기거나 몸체를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특히 스크린 4개가 나란히 줄지어 있고 그 안에 연주자들이 있으니까 뭔가 다른 차원에 그들이 서 있는 듯한 깊은 공간감이 느껴졌다. 대중친화적 음악, 단순하지만 확실한 비주얼적 센스, 매우 즐거워 보이는 자연스런 무대 매너가 삼위일체되어 관객의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Cindy van Acker의 Lanx이다. 음악은 Mika Vainio가 담당하였는데 연주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라이브로 연주되었다. 영국(Touch), 핀란드(Sahko), 독일(Raster-Noton)의 유명 레이블에서 그의 음반이 발매되었다. Cindy van Acker의 움직임은 배경음악처럼 단순하고 조용히 흘렸다. 소리의 방향과 울림, 소리의 움직임만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minimal movement를 추구하며 정신, 몸, 기계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에 대한 작품을 주로 연기한다.

밤12시가 지났다. 이제 Alva Noto를 보러 클럽 Paard Van Troje에 가야 한다. Container라는 이름으로 유명레이블인 Minus와 Raster-Noton의 소속 아티스트들이 나오는 공연이다. 가는 길이 좀 어려웠다. 그래서 착해보이는 어느 여자분께 길을 물어봤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잘 몰라요” 라고 대답해서 화들짝 놀랐다. 내가 잘못들었나 싶었지만 “저 쪼큼 한국말해요” 라고 또 말했다. 아시아인은 다 중국인으로 아는데 알아주어 고마웠다. 클럽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해서(몇번 가보지 않았지만) 낯설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Alva Noto가 등장하셨다.

그런데 이 날 그의 플레이는 개인적으로 그냥 그랬다. 내가 너무 많은걸 기대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다음으로 등장한 이름모를 DJ 때문에 마음이 흥분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톤은 아니였음(무척 어두운 톤이였다)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끌렸다. 음악 스타일이 아니라 소리자체가 남달랐다. 그날 힘들게 찍은 아래의 사진(서 있는 사람)을 대조하여 그의 이름을 알아냈다. 그의 이름은 Byetone이다. 그가 어떻게 소리를 만드는지에 대하여 좀 찾아보았다. 클릭과 플러그 인만으로 소리를 만든다고 한다. 지금 Grand Style이라는 곡을 듣고 있는데 아주 좋다. 열렬한 팬이 될것 같다.

소리를 녹음한 후 잡음제거를 하게 되는데 그 방식을 거꾸로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음악가 Richard Eigner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조그한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귀를 맞대고 소리를 감상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였다. 필드레코딩 해서 얻은 결과물을 노이즈만 남기고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해서 노이즈만 남겠거니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아주 오묘한 평화로운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서 들을 수 있다.

여러 군데의 장소에서 공연이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약간 정신이 없었는데 꿋꿋하게 광장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Robovox다. 그에게 휴대폰을 통하여 메세지를 보낼 수 있으며 게다가 큰 소리로 읽어준다. 물론 익명으로 말이다. 계속 음악과 함께 메세지를 읽어주기 때문에 계속 Robovox의 소리만은 멀리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새벽에 집에 갈때 불 꺼지고 소리 안내는 Robovox를 보니 약간 슬프기도 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교실 같은 거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그냥 아이들이 만드는 것만 구경했다. 나중엔 정말 하고 싶은 맘도 들었는데 왠지 하루 안에 못 끝낼것 같아서 참았다. 참가자들에게 전자회로세트를 나누어 주고 소리나고 움직이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게 이 워크샵의 목적이다. 사진은 못 찍었는데 새이면서 말같은 자동차를 비롯한 창작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1646이라는 작은 갤러리에서 3인조 밴드 Electrotoylets의 공연을 보았다. 칩툰 스타일의 굵직굵직한 베이스라인, 8비트 리듬, 양념처럼 얹어지는 기타, 보컬을 대신하는 멜로디컬 윈드컨트롤러, 음악처럼 장난끼 많은 영상,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클라라와 토비야스까지 만나서 신났었다. 비록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돼서 끝까지 즐기지 못했지만 여기 와서 처음 보는 밴드포맷의 공연이었다.

Gyorgy Ligeti의 Poeme Symphonique을 들으러 Lutherse Kerk라는 교회로 갔다. 천장이 아주 높았고 넓은 공간이 주는 효과로 인하여 감상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100개의 메트로늄이 각자의 속도로 왔다갔다 하며 소리를 낸다. 한 줄에 25개씩 있는데 나중에서는 한 줄씩 멈추고 맨 마지막에서는 두개만이 작동하다 멈춘다.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을 감상할 때 자주 드는 생각,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면 진짜 그 자리에 가서 들으니 음악처럼 들리니까 그냥 음악감상하듯 편하게 듣게 되었다. 소리가 천천히 차례로 소거되어 가고 있던 그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마지막 부분은 녹음을 했다.

Bed ‘elZE에서 전시되었던 Joirs Strijbos의 설치작품 Phase=Orderd 이다. 98개의 판이 물고기 비늘처럼 방향을 바꾸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작가는 아마 바람 부는 곳에서 풀이 눕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내가 어디에 서 있냐에 따라 뭔가 달라지나 싶어 주위를 돌아다녀 보기도 했으나 그런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빛과 소리를 담담하는 부분이 98개의 판 밑에 달려 있었다.

Adrien Mondot의 Cinematique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완벽한 공연이였다. 무용과 비주얼과 이렇게 잘 맞을 수 있다니 감탄했다. 공, 물, 돌, 손전등, 의자 등 일반적 도구는 나에게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었고 비주얼을 위한 기술들을 같은 장소지만 완전히 다르게 변신하는 환상적 세계를 보여주였다. 나는 이 공연에서 기술에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였다. 또한 Adrien Mondot의 저글링 솜씨는 중간중간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였다. 꽤 긴 시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과 똑같이 열연을 펼친 그들에게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말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았고 부끄럽지만 울었다. 여기서 영상을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미소년 Olafur Arnalds의 공연을 푹신한 의자에 길게 누워 감상했다. 부드러운 현과 반복되는 피아노를 따라 나도 과거의 좋았던 기억들이 계속 재생되고 그러다가 잠깐 졸기도 하고 그랬다. 시규어 로스, 한국의 밴드 로로스, 밴드 레이찰스가 생각났다. 그의 음악은 여기서 감상할 수 있다.

이틀동안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정도로 모든게 금방금방 스치고 지나갔다. 그동안 좀 개인적으로 가라앉은 마음들도 날려 버리고 재미있게 즐겼다. 내년엔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2011년도 기대된다.

Author
배인숙 배인숙

밴드음악을 좋아하다 기타를 연주하게 되었고 포크, 인디팝 하는 몇개의 밴드를 거쳤다. 2006년부터는 컴퓨터를 이용한 소리 만들기, 다른 장르와 결합하기, 좋아하는 음악과 접목시키는 작업과 고민을 하고 있다.